본문 바로가기
조금씩공부

[일기] 정보의 홍수 속, 화장품 선택의 어려움 (feat. 갈락토미세스, 피테라에센스)

by 짤랑2 2020. 9. 13.

#의식의 흐름 주의

https://unsplash.com/photos/srXbJ1TAdhI



엄마가 쓰는 화장품 샘플을 받아 바르던 20살이 지나고, 대학생부터 독립을 하여 살아오며 스스로 화장품을 골라서 사용해야했다.
늘 주변친구가 뭘 쓰는지, 신제품 등을 보며 유행에 휩쓸리고 광고에 휩쓸려 화장품을 선택해왔다.

사실 한 번도 성분이 뭘지, 나에게 맞는 성분일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비전문가에게 복잡한 화장품성분들을 이해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화해나 디렉터파이와 같이 성분을 읽어주는 어플과 인플루언서들이 출현하고, 유투브에서 피부과의사들이 나와 화장품 분석을 해주면서..
일반인들도 그들의 입을 통해 화장품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워졌으며 이제 지성인이라면 성분을 보고 사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되는 듯 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읽어주는 화장품의 성분이란, 그 성분이 들어간 기능과 기대할 수 있는 효과일 뿐 선택을 하는 과정에는 또 엄청난 고민거리가 주어진다.

1. 특정 기능의 성분 A와 B가 있을 때, 둘 중 뭐가 더 좋은지를 비교한 중립적인 연구의 부재
- 그나마 미백기능이나 자외선차단 같은 기능성들은 “기능성화장품” 종류에 해당되기 때문에 선택의 기준을 해당 기능 인정여부로 고를 수도 있겠지만... 각질제거 기능(?) 같은 경우는 어찌 알 수 있을까? 현재 각 제품들의 광고 수준이란.. 단순히 사진과 리뷰로 A사제품 사용결과 vs. B사제품 사용결과를 보여주는 수준

2. 1번이 있다할지라도 나에게 더 효과적인 미백성분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개개인 특성에 따른 연구의 부재
- 건성, 지성, 복합성 외에 개개인 피부의 특성을 판단하는 기술발전의 부족.. 기름종이로 스스로 판단하는 방법말고 더 발전된 방식이 있나..? 일단 나한테 까지 알려진 테스트기는 유수분측정기가 있다는 것 밖에 모르겠다.

3. 1,2번이 어찌저찌 해결되어 성분을 결정했을 경우, 이 성분을 제조하는 제조사 중 어떤 회사를 더 믿을 수 있는가.
- 의약품은 무조건 GMP를 따라야 됨과 달리 화장품 제조는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CGMP)를 준수하도록 “권장”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식약처에서 CGMP 적합업소로 판정한 제조사에서 만든는 화장품을 고른다면 그나마 낫겠다.. 또는 국제기준을 맞추던가 ^^;; 그런데 이 걸 매번 찾아보기도 귀찮고.. 그래서 결국 브랜드를 보고 고르게 되는 듯 하다.




1,2번은 결국 화장품은 의약품 처럼 잘 고안된 연구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 때문인데..
이런점은 비타민과 건강기능식품 같은 영역과 유사한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 믿음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결국 현 수준에서 내가 열심히 알아본다 할지라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가 없는 환경이어서 결국 힘들게 머리 싸매며 공부하지 않고 브랜드를 보고 주변 입소문에 따라 이 화장품 저 화장품 헤메며 화장품 유목민으로 여전히 남게 되는 듯 하다. 그래서 꾸준하게 정착한 화장품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그 중 몇 안되는 꾸준템이 나에게도 몇 가지 있긴하다.

에센스 중에는 20대 시절 거의 10통 가까이 사용한 차엔박 프로폴리스 앰플
그리고 30대에 들어 이제 세통 째 쓰고 있는 SK-II 피테라에센스

피테라에센스

피테라에센스의 메인성분이 “갈락토미세스 발효여과물”인데, 사케를 제조하는 장인의 손 피부가 좋음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성분이라 한다.
갈락토미세스라는 술을 빚을 때 사용되는 효모균인데, 이 균주를 활용해 발효한 여과물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기대할 수 있는 주 효과는 “피부각질개선”, “모공개선”, “피부톤개선”, “여드름개선” 등..
그리고 나도 피테라에센스를 3통 사용하면서 느낀 건 “피부톤 개선”, “피부각질 개선” 이 두 가지는 개인적으로 효과를 보는 거 같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늘 면세점에서 구매를 하는데.. 요새 코로나 때문에 해외를 통 나가지 못해서 비싼 피테라에센스 (238,000원/230ml)를.. 차마 사기가 쉽지 않아서 한 번 만들어볼까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여러가지 레시피들이 있는데, 간단한 버전 부터 기타성분까지 꾹꾹 넣은 버전까지 여러 방법들이 있다.

핵심은 베이스(갈락토미세스 발효여과물 + 정제수 or 로즈워터) + 첨가물(optional) 이다.
화장품 원료 대표 상점인 왓솝에서 공개하는 피테라 DIY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출처: 왓솝, http://whatsoap.co.kr


정제수 대신, 로즈워터 네롤리워터를 쓸 수도 있고, 첨가물로 히알루론산, 비타민(특히 나이아신아마이드) 등을 넣을 수도 있다.

이제 그럼, 레시피까지 알았으니 재료를 사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고 말았다.

가장 메인인 “갈락토미세스 발효 여과물”만 검색을 해도 정말 수많은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데.. 어느 곳을 믿어야 할지 판단이 안섰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상위랭크에 뜨는 사이트들을 하나씩 엑셀로 정리를 하다가 그냥 포기했다...


그런데 이짓거리를 하다보니, 그래도 나름 수확이 있었던 것은 제조사와 판매사가 다를 경우 그 제조사를 찾아가면 더 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면 외주에 외주인 것인지 림라이프>코리아씨밀락>월터엔터프라이즈 .. 그런데 코리아씨밀락의 상호정보를 보면 (주)월터 엔터프라이즈, 대표이름도 같다.

그리고 판매사이트 중 그나마 정보가 있는 것을 정리한 것이지.. 종종 제조사:국내 로만 적힌 곳도 많다.
화장품의 경우 제조사를 법적으로 밝혀야하는데 원료의 경우 밝힐 필요가 없어서 그런가?..
보존제도 화장품원료의 경우 전성분표기가 없어도 되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보존제를 뭘썼는지 문의를 해서 알아내야 하는 곳도 꽤 많다.
무튼 이런 노가다를 하며 판매사이트 중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는 곳, CS를 제대로 해주는 곳이 그나마 믿을 만한 곳이겠다는 생각으로 내 마음 속에 그나마 괜찮은 사이트와 별로인 사이트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그냥 그런걸 다 떠나서 현타가 왔다.
이래서 그냥 믿을 수 있는 브랜드에서 사는 것이 맘이 편한가 보다라고 다시 결론이 났다.

CGMP도 아닌 저 원료사들을 어떻게 무슨 기준으로 믿어야 할까?
갈락토미세스 발효여과물은 반투명한 누런 빛에 갈락토미세스발효여과물만의 독특한 냄새가 (아마 SK-II 피테라 에센스 냄새?) 난다고 한다.
이 기준으로 고를 수 있다고 하는데.. 색과 성상을 확인하고 냄새를 맡는 원초적인 화학실험을 하는 기분으로 각 원료를 받아봐야하나 싶다.
결론 적으로 이 짓을 하며 느낀 것은, 그냥 CGMP 제조소에서 제조하는 화장품회사의 저렴이버전 피테라에센스를 사자!!!

그래서 저렴이버전 피테라에센스를 이것 저것 찾아봤다.
디렉터파이가 추천하는 저렴템 “싸이닉 퍼스트트리트먼트에센스” 19,800/150ml
성분은 sk2와 비슷하지만 방부제가 없어서 더 빨리 사용해야한다고 한다(~1달 안에).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들어있고, 보습성분으로.. 부틸렌글라이콜, 아데노신(주름기능성), 감초수, 마치현, 복분자추출물

그런데 또 다른 유투브를 보니, 화장품의 pH도 중요하다 한다.
약산성 4.5-5.5를 맞추는 것이 좋고 특히 세안 후 바로 바르게 되는 “퍼스트 에센스”인 피테라 에센스 같은 종류의 경우 더 pH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해당 유투버 실험에서 “싸이닉 퍼스트트리트먼트에센스” pH 5.88, “sk2 피테라에센스” pH 4.67
물론 약간의 차이이긴 하지만.. pH적은 측면에서는 sk2가 더 좋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사악한 sk2의 가격과 일본불매를 종합하여 싸이닉이 적당한 타협점이겠다로 결론을 내며..
거의 반나절의 화장품 공부를.. 마무리.. 시간 잘 간다~

이런 판단의 흐름을 외주맡기고 싶다.
화장품계의 “다나와” 같은 서비스가 나와줄 필요가 절실하다.